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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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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덱스터는 호그와트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그는 집안을 나서면서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않았다. 녹스 멤브로크는 언제나처럼 본가에 오지않았고, 어머니인 아이샤 역시 골방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나, 기대하는것이 무용함을 너무 어린나이에 일찍이 체화한 덱스터는 그런것으로 실망하지않았다. 그나마 본가에 일이있다며 남아있던 루퍼스 멤브로크, 그의 숙부가 붕대로 싸매진 저의 손을 내려보다, 어디서 준비한것인지, 선물이라며 내미는 장갑을 받아보게 된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동생과(생각하는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다.) 저를 비교만 하는 자가 자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것에 미소가 어그러질것같던 덱스터는 짫게 감사를 올리며 걸음을 돌렸다. 그 찰나에 들었던 말과, 동시에 마주쳤던 루퍼스의 은색 눈 너머로 부터 그저 작은 아이일뿐이던 그가 아직은 이해할수없는 무언가를 보았지만, 당시의 그는 초조함과 조급함에 물들어 있었기에 자세히 보지 못했다. 집을 돌아보고 싶지않았고, 무엇보다, 동생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에 남는것은 그저 자신의 안위뿐. 어린 조카의 성급함을 바깥세계로 나가기 전의 설렘으로 이해한것일까. 루퍼스는 저 멀리 저들이 저당잡고있는 사용인중 한명과 함께 걸어가는 제 조카를 그저 바라봐 주었다. 꿍꿍이를 알수없는 눈으로.

'그들은 너와 다르다는걸 명심해라.'

장갑을 건네주며 속삭인 숙부의 마지막 말은 바깥으로 나선 덱스터의 뇌리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제 오른손바닥을 바라보는 덱스터의 눈은 밋밋하다. 여전히 잔향처럼 쑤시는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고통을 견디는것은 익숙하기에 표정은 일관적이었다. 그는 다른 생각으로 제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를 알아챈 가문의 인물들이 고쳐내지않은 상처. 자신을 가문과 엮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던 덱스터는 오른손에 장갑을 끼웠다. 쓸데없이 시선을 끌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싶지 않기도 했고. 조심해서 나쁠건 없을테니까. 잔뜩 굳은 얼굴의 사용인을 반쯤 무시한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덱스터는, 이윽고 킹스크로스 역에 당도했다.